박민규 신작 소설.. 치고는 정말 박민규스럽지 않았던 소설. 사실 그 어떤 남성 작가가 썼다고 해도 믿기 힘든 소설이었다. 신경숙이 그리는 남자와 은희경이 그리는 남자와 김훈이 그리는 여자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속을 알 수 없다'는 점일 게다. 가끔 인간의 이해에 있어서 성별이 이렇게나 공고한 벽으로 작용한다는 게 참으로 슬프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박민규가 월담했다.
못생긴 여자의 심리는 보통 여자가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어야 한다. 어떤 면은 확실히 그렇다. 내가 어찌 그 심정을 알랴. 못생겨서 사무실에서 에어컨 바람 맞으며 일해야 할 애가 오직 못생겼단 이유로 지하주차장에서 일하고 있는 심정이라든가, 다른 여자들과 어울리지도 못할 때의 심정은 나는 모른다.
그런데 나에게 너무 예쁜 여자의 심정과 너무 못생긴 여자의 심정에 대한 감응도를 묻는다면 단연 너무 못생긴 여자의 심정에 대한 감응도가 훨씬 높다. 내가 못생겨서일까? 아니, 나는 예쁘다. 이런 말을 턱 하니 이렇게 쓴다면 감히 지 외모를 고작 비 제로라 평하고 자빠진 모래달의 의뭉스러움과 비교해 볼 때 턱없이 순진한 처사라는 건 아는데 논의를 이어나가기 위해 날아올 돌을 감수한다. 솔직히 난 내 외모가 평균보다 0.1점이라도 플러스면 플러스이지 마이너스라고 생각하지 않고, 또 그 면서 꽤나 하늘에 감사한다. 그런데 왜? 그게 바로 남성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여성 개인에게 가한 폭력이다. 대개의 사회 지표가 그렇듯 외모도 오른쪽 꼬리가 긴 분포 곡선을 이루지 않을까 하는데, 대부분의 여자가 맥시멈에 가까운 외모에 비교 당하고 그로 인해 좌절한다. 소설 속 '군만두'가 상징하듯, 정도껏 예뻐봤자 그저 군만두의 삶을 사는 거다. 그 점을 이해해준, 작가에게 고마움마저 들었다.
또 하나 고맙게마저 느껴졌던 작가의 통찰력이 그런 사회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처사인지를 알아차려준 것이다. 야만성.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공공연히, 대놓고, 심심풀이 삼아 논할 수 있는 이 사회가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폭력적인지를 대언해 주어 고마웠다.
어쩌다 보니 나는 외모 지상주의자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그래서 들었던 최악의 발언은 '외모가 인격을 반영'한다느니,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느니' 따위의 소리다. 웃기지 말라고 해라. 그 말을 한 장본인도 싫지만 그 장본인을 사사한 김 모씨도 참 고깝기 그지없다. (난 왜 꼭 그런 말은 못생긴 남자들이 하는지 모르겠더라.. 무슨 자신감인지 원)
외모는 결코 인격을 반영하지 못한다. 외모에 인격이 맞춰질 수는 있어도.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허구이고, 실제와의 관계는 다분히 자의적이다. 아름다움을 탐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은 안다. 사실 그 본능을 논하자면, 나라고 예외겠는가? 대개의 탐식가는 입맛이 까다롭듯, 나도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며 한껏 높아진 눈만큼 예쁜 것을 밝힌다. 하지만 내 본능이 아름다운 것을 탐하는 것과, 그것을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평가하고, 정당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나가는 여자를 보고 힐끗힐끗 예쁘다 행복해하는 것과, 대놓고 들리는 목소리로 친구와 쟨 다리는 예쁜데 허리가 좀 길다 어쩌다 하다가 항의 들어오면 '보라고 그렇게 입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는 것은 다르다는 말이다. 하나는 말 그대로 생리현상이라면, 하나는 이성의 통제를 거부한 폭력이다.
근래 들어 국가적 난리가 난 '루저' 논란을 바라보던 내 심정은 차라리 고마웠다. 그 분, 참 말 잘못하셨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그래. 그 한 번의 루저 발언이 그렇게나 자존심에 상처가 되고 화가 나더냐? 모든 포탈 사이트 메인에서 매일같이 자존감에 상처를 내는 다이어트 광고를 보고 (그런 모습으로 평생 사실래요? 따위), tv 오락프로에서 공공연히 뚱뚱한 여자의 신체를 희화화하고, 술자리에서 못생긴 여자는 '남자'로 만들어버리는 그대들의 폭력성이 이제야 자각되느냐?"
Dear. Luna
나는 같지 않아. 나 정말로 공감되었던 부분 중 하나가 "차라리 장애인이었다면" 이었어. 나는 내 인생에 있어서 분명 어떤 순간 나는 기형아라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그건 다른 사람의 끊임없는 내 외모에 대한 평가가 만들어낼 수 있더라. 그 컴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역시 또 다른 사람의 끊임없는 부추김 때문이었지만, 여튼 그래.
김호기가 그러더라. 진보와 보수는 사실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날 때부터 어느정도 설정된 '성향'일 거라고. 날 때부터 설정된 것 같지는 않지만 내가 좀 더 '못난 것'의 정서에 감응하는 것도 이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감성의 문제인 것 같다.
- 2009/11/20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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